정규재 논평

김영란 법에 대하여 2

작성일 2016.07.29

<김영란 법에 대하여 2>

'청렴한 사회'는 중요한 가치다. 누구라도 편법과 불법에 의존하지 않고 투명정대하게 자신의 삶을 실현하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선진적 사회를 가르는 잣대다. 우리가 지연 혈연 학연을 그토록 저주하고 뇌물과 특권과 온갖 종류의 은밀한 답합들을 거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친구가 아닌 자가 없는 마당발들에 대해서까지 그토록 거부해 오지 않았던가.마당발이란 과연 누구인가. 마당발은 안되는 것을 되도록 만드는 자들이다. 누군가의 은밀한 청탁을 실어나르지 않는다면 결코 마당발이 결코 될 수 없다. 국회의원은 대표적인 마당발이다. 아니 마당발이 아니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안되는 것을 되도록 만들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감행하는 자들이다. 국민들은 바로 그 때문에 그런 일을 시키기에 적당한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다.

김영란 법은 그런 우스꽝스런 법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부패한 사회를 단 일보라도 고쳐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파괴되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식사비 3만원이라는 규정은 연유야 어떻든 자영업을 무자비하게 파괴할 것이다. 만일 자영업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김영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일 뿐이다.

한번 수치 기준이 정해지고나면 경제생활의 성장에 따른 가격표의 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도덕군자들의 토론이 일어나게 되고 그때마다 가격 현실화의 지체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사치를 금지하는 조선시대 법들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오도된 청렴주의는 당연히 가난한 삶들을 강제하게 된다. 청렴은 사회전체 수준의 향상, 그리고 성숙과 함께 가는 것이지 외형상 강제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박제가가 그렇게도 비판했던 가난하고 비열한 허구의 청렴사회가 되는 것이다.

강연료 1백만원 규정은 점차 명강의를 짓밟을 것이다. 서서히 좋은 강의는 사라지고 학자들은 낮아진 몸값 만큼만 강의를 하게 된다. 그렇게 사회의 지력은 낮아지게 된다. 지력의 값에 한계가 정해지면 사회지력은 꼭 그만큼 낮아진다. 해외 석학이라는 사람을 부르면 몇억원이라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좋은 학자들이 이제 바야흐로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들의 강의는 모두 1백만원만 받으라고 하는 코미디가라 벌어진다.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구 민원 청탁을 허용한 것은 김영란법의 가장치명적 약점이요 입법의 패착점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주물럭거리다 보니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보이는 면책조항을 슬쩍 끼워 판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지역민원을 실어나르는 것은 중대한 임무위반일 뿐이다. 국회의원은 국사라는 보편적 업무를 하기위해 중앙정치 무대에 파견한 사람들이지 지역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잘못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정당한 업무처럼 둔갑시켜 놓았으니 이는 헌법의 국회의원 규정을 능멸하는 중대한 위헌 사항이다.

김영란법에서 공직자등이 업무와 상관없이 1회에 1백만원 1년에 3백만원까지 금품을 받아도 처벌하지 않도록 한 것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규정이다. 대체 이는 무엇을 말하는 규정인가. 업무와 관련없다면 받아도 된다는 것이 법률로 선언될 가치가, 혹은 실익이, 혹은 정당성이 있는 것인가. 이 역시 중요한 입법상 실수다. 청렴을 위한 법이라는 김영란법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돈을 받아도 된다고 선언하는 아주 우스운 일이 벌어졌지만 이 역시 합헌이 되고 말았다.
물론 헌재가 이런 세세한 부분에까지 수정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법이 얼마나 얼렁뚱땅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잘 보여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으로 사회가 청렴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무원이기만 하면 온갖 갑질중의 갑질이 가능한 그런 규제공화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학생들이 온통 공시족인 지금의 사회현상이 바로 그 사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3만원 이상짜리 밥에 대해 처벌만 강하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의 규제공화국에서 공무원들이 정말 청렴해진다면 
그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언컨대 대한민국은 서서히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데 누가 열심히 일을 할 것인가. 이제 민원이 쌓이든 말든 공무원은 천천히 천천히 아주 께끗하게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상급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상급자역시 그 누구로부터 열심히 일하라는 어떤 압력도 받지 않는다.
규제는 첩첩이 쌓여있고 공직자는 청렴하면 사회는 서서히 멈추게 된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원하는가? (계속) jkj